
술이 들어가면 사람은 쉽게 무장 해제됩니다. 그 순간의 대화, 분위기, 스킨십이 어디까지였는지조차 모호해지죠. 그래서 ‘술먹고성관계’라는 단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오해와 불확실성이 뒤엉킨 하나의 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기억이 전혀 안 나는데, 그게 어떻게 범죄가 돼요?” 혹은 “서로 술에 취했는데 왜 나만 피의자예요?”
그 의문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법은 기억보다 ‘진술’에 반응하고, 판단보다는 ‘정황’을 쫓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기억이 없다고 말해도, 그 공백은 법정에서 다른 사람의 진술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 허점 속에서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기억이 없다’는 말이 때론 가장 위험한 말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없는데도 정말 죄가 될 수 있나요?
많은 분들이 착각하십니다. “내가 의식이 없었으니 고의도 없고, 성범죄가 될 리 없다.” 하지만 형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술은 죄를 가볍게 만드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죄를 ‘더 무겁게 보이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법은 술이 들어간 상태를 ‘예측 가능한 위험 상태’로 보거든요. 즉, 술을 마시기 전에 이미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그 상태에서 행위를 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기 전부터 성적인 긴장감이 있는 자리였다면? 그 순간부터 ‘의도적 음주’로 해석될 여지가 생깁니다. 즉, 단순히 취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죄를 피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제력을 잃을 걸 알면서도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부정적인 정황으로 작용하죠.
그럼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오히려 위험합니다.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수사기관은 상대방의 진술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즉,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이 전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해석하죠. 게다가 기억이 끊긴 사람의 진술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모르겠다” 하다가, 나중에 CCTV나 메시지가 나오면 “그땐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바뀌게 되죠. 바로 그 순간, 신빙성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억이 희미하다면 ‘그 공백’을 함부로 메우지 않아야 합니다. 애매한기억을 임의로 채워 넣으면 나중에 모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기억이 완전히 없어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당시 분위기나 대화 흐름은 이런 식이었다”고 객관적인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낫습니다. 결국 ‘기억 없음’을 주장할수록, 다른 사람의 기억이 당신의 진실을 대신하게 됩니다. 그 무게를 알고 말해야 하는 것이죠.


Q. 술에 취한 상대와 관계를 맺은 걸 왜 준강간으로 보나요?
많은 분들이 여기서 또 오해하십니다. “둘 다 취했는데 왜 나만 가해자가 되나요?” 이건 정말 자주 나오는 질문이고, 그만큼 억울함이 큰 대목입니다. 하지만 법은 ‘술의 정도’와 ‘상황의 주도권’을 따집니다. 즉, 두 사람이 모두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도 누가 더 적극적으로 상황을 이끌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상대가 만취 상태였다면, 법은 그 사람을 ‘항거 불능’ 상태로 봅니다. 이때 관계가 이루어졌다면, 동의가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면 동의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 적용되는 것이 바로 ‘준강간죄’입니다. 즉, 상대방이 의식이 흐릿하거나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를 이용했다고 본다면, 고의가 없어도 성폭행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피의자가 “서로 호감이 있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고 말할 때, 법원은 그 말을 ‘반성하지 않는다’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당시 상황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하는 편이 훨씬 낫죠.
즉, 술이 들어간 상태의 관계에서는 ‘의도’보다 ‘상대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상대가 술에 취해 판단이 불가능했다면, 그 자체로 동의의 효력이 사라지는 겁니다. 이건 법리적인 판단이지, 감정의 영역이 아니에요. 결국 이 싸움은 ‘누가 더 먼저 무너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입니다.
술이 들어간 관계는 늘 흐릿합니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되죠. 그래서 ‘술먹고성관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관계가 아니라, 진술의 방향입니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다 숨지 말고, 기억나는 만큼만 사실적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조사 전에 전략을 세우는 게 생존의 첫걸음입니다. 필름이 끊겼다고 모든 게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 공백을 채우는 방식이, 당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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